○ Exhibition Artist : 박준범, 송민철, 이원호, 이창훈 / Junebum Park, Minchul Song, Wonho Lee, Changhoon Lee
○ Coordination : 김은숙 Eunsook Kim
○ Cooperation / Critic : 이주연 Jooyon Lee
○ Exhibition Period : 22.Nov – 10.Dec.2023
○ Closing Invitation : 9.Dec.2023 / 17:00
○ Open : 12:00 – 19:00 / Close : Sun & Mon
○ Support : Finepaper Gallery / Gyeonggi Cultural Foundation
○ Venue : 화인페이퍼갤러리 / www.finepapergallery.com
<공동의 도시, 도시의 공동>
도시계획가 이주연
무채색의 흑과 백으로 구별돼 보이는 꽃병 또는 마주 보는 사람의 옆얼굴. 대부분의 우리가 모르기 힘들 정도로 이 그림은 정말, 매우 익숙하다. 그림이 묻는 것은 한결같다. 무엇이 우선으로 보이는가. 어느 것을 형체의 상(figure)으로 보고 어느 것을 배경(ground)으로 삼는가. 어떤 것을 객체의 주로 삼아 다른 것을 배경이라는 부로 간주하며 이렇게도 보고 저렇게도 보게 된다. 질문을 다시 고쳐 던져본다. 이 그림을 그릴 때 무엇을 그리고자 했는지. 흑백의 그림은 꽃병과 사람의 얼굴을 동시에 그린 것이 아니다. 분명 꽃병을 그렸거나, 아니면 서로 마주 보는 사람을 그렸을 것이다. 둘 중 하나를 그리니 그리지 않은 다른 하나가 새삼 존재하게 되었을 뿐이다. 어느 하나를 지우면 나머지는 지우지 않았음에도 사라진다. 그리지 않았는데, 지우지 않았는데도 존재했으나 부존재한다. 의도와 상관없이 인과관계의 상관을 넘어 상호보완의 절대적 존재값이 서로에게 지워져 있다. 정말, 매우 상대적이며 공평하게 상호의존적이다.
도시건축 분야에선 프로젝트 구역 안 위치를 점하고 있는 건축물을 검은색으로 단순하게 표현하는 흑백 도면(Black-White 또는 Figure-Ground Map)을 흔히 활용한다. 검은색의, 대부분 네모진 고형(Solid)의 형체들은 건축물의 존재감 - 배열, 간격, 규모, 밀도, 이산 분포 등의 정도와 형태 즉 공간을 점유하는 양태 - 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동시에 그리고, 비로소 나머지 하얀 바탕은 공간(Void)으로 인식된다. 공간환경을 구성하고 있는 형태, 폭, 배열, 위계, 연결, 연속성 등 이를 주제로 강조해 보기 위해 흑백을 반전시켜 표현할 때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도면이 갖는 하얀 바탕이 그대로 공간이자 배경이 된다. 고형의 건축물이 얹혀진 대지는 건조물 외의 모든 공간을 틈새도 없이 메우고 있고 빛을 가득 담아 하얗게 하늘을 향해 열려있다. 건축가와 도시계획가는 이 도면 안에서 공간 이용자인 사람의 흐름과 동선의 이합집산을 가늠하고 시선과 시선의 교차, 만남과 헤어짐의 사회적 접촉과 교류의 가능성을 상상한다. 지붕을 인 사각의 고형(Solid)이 사적 공간으로 할애된다면 노천의 공간(Void)은 다중을 위한 공간으로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물리적으로 상호 간 연결되고 도시는 우리 모두의 공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