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세한지장

신현세 한지장
<신현세 한지장<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117호 >

전시제목 : 신현세 한지장
전시일자 : 2023.10.10 - 10.28
전시장소 : 화인페이퍼갤러리 <02-335-5303>
www.finepapergallery.com
 
손으로 뜨는 한지의 최고기술은 정성이다. 자동화된 최신식 초지기에서도 최고의 종이기술은 정성이라고 말한다. 신현세 한지장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한지 탄생의 설화가 전해지는 경남 의령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어린 나이에 먹고살기 위해 외삼촌의 권유로 한지에 입문한 뒤 고향 의령과 조선시대 한지의 중심인 서울 세검정 조지서 부근 한지 제조업체에서 일했다. 그리고 1996년부터 6년여 기간 동안 한솔제지 전통한지연구소에서 근무하며 한지에 관한 연구와 실험을 하는 등 지난 63년간 겸손하고 정직하며 열정적인 자세로 한지 외길인생을 걸어오고 있다.
 
2002년 고향인 의령군 봉수면으로 귀향해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한지 제조회사 ‘신현세전통한지’를 시작하면서 신현세 한지장의 명성은 진가를 발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전통 한지를 살리자며 중앙정부와 전국 지방자치단체 등이 한지 관련 행사와 지원사업을 잇달아 진행했지만, 그는 홀로 묵묵히 최고의 한지를 만드는 작업에만 매진하는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고향 의령군의 한지에 대한 지원도 다른 지자체의 풍성한 지원과는 차원이 다른 매우 척박한 수준이었다.
오직 최고 품질의 한지만을 생산하겠다는 신현세 한지장의 고집과 능력을 먼저 알아본 것은 해외였다. 2016년 이탈리아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ICPAL)가 국보급 문화재를 복원하는 작업에 신현세 한지장이 만든 한지를 사용한 것을 시작으로 해외 여러 곳에서 신현세 전통한지와 손잡고 고문서와 문화재 복원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본인의 일을 과대 포장하고 침소봉대하는 마케팅, 또는 당장의 외부 지원에 의지하는 나약한 자세가 아니라 자신의 선택을 믿고 한 장 한 장 정직하게 종이를 연구하고 생산해온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무채색으로 전달되는 전통의 가치와 아름다움
 
현재 신현세 한지장은 국내에서 독보적으로 많은 국보·보물 등 종이유물 관련 보수용지를 담당하고 있다. 수많은 우리의 종이 유물이 정성과 연구로 응축된 그의 최고 한지를 만나면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어가고 있다. 그의 기술은 외양만 그럴싸한 보여주기식 한지를 추구하지 않는다. 다양하고 독자적인 한지원료 처리기술을 보유한 그는 우리가 외발 또는 흘림뜨기라고 부르는 방식으로 한지를 초지할 때도 발에서 물의 흐름과 탈수 그리고 섬유의 결합과정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면서 물질을 한다. 그가 물질하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고 유연해서 많은 이들이 흉내 내려고 하지만, 막상 시도해본 사람들은 60년 넘는 그의 내공은 그 누구도 따라잡지 못할 경지라며 혀를 내두른다. 그는 원가절감이나 대량생산에도 눈 돌리지 않았다. 한지의 흘림뜨기처럼 자연스럽고 느리게 한 걸음 한 걸음 전통 종이의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방법을 고집했다. 1980년대 기계 한지가, 그리고 1990년대 중국 저가수입지가 밀려들며 국내 전통한지 생산업체가 고사위기로 내몰리던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한솔제지 한솔문화재단에서 전통재현지와 서화지, 백추지 등 여러 연구를 수행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연구능력을 겸비한 덕에 그의 한지는 마침내 해외 공인기관에서 문화재 복원 용도로 공식인증을 받기에 이르며 한지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었다.        
                                           유광열<화인특수지 대표>

그의 한지는 2016년과 2017년, 유럽의 권위 있는 지류 복원 전문기관인 이탈리아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ICPAL)로부터 이탈리아 문화재 복원에 적합한 재료임을 인증을 받았다. ICPAL은 성분검사, 산성도검사 등을 포함해 생물학적, 물리화학적, 기술적 검사를 거쳐 한지의 문화재 복원재료 적합성을 인증했다. ICPAL은 신현세 한지장의 한지를 사용해 이탈리아 중요 문화재인 카타니아의 학위집, 에티오피아 자필서적, 샤르데냐 가문의 문장집 등을 성공적으로 복원했으며 지금도 다수의 유물 복원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현재 그는 고향 의령에서 후계자에게 한지기술을 전수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63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한결같이 한지를 매만져온 신현세 장인의 마지막 소망은 60년 전 농한기가 되면 한지 만들기로 온 동네가 시끌벅적하던 그 풍경은 아닐지라도, 한지 문화의 전통이 계승돼 고향 의령에 닥나무가 보존되고 한지 문화의 원류 고장이라는 명맥이 이어졌으면 하는 것이다. 신현세 장인의 정성 가득한 손길이 담긴 한지의 아름다움은 10월 10일부터 10월 28일까지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있는 화인페이퍼 갤러리에서 만나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동안 실체가 없었지만 송나라 계림지(鷄林志)를 통해서 알려진 백추지 (白硾紙)에 대한 복원연구를 일부 공개한다. 계림지에 “고려의 닥종이는 광택이 나고 희어서 보기 좋으며 이를 백추지라고 부른다. (高麗楮紙 光白可愛 號白硾紙)”라고 하여 매우 높은 기술수준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번 복원연구 결과는 통일신라시대부터 이미 현재의 종이 뜨는 방식과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닥나무 원료처리와 종이 뜨는 방법을 사용하여 그 당시에 기술이 완성단계였음을 밝히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 화려하게 변화하는 세상과 맞서 무채색 미학으로 전통의 가치와 힘을 증명하는 신현세 한지장의 종이전시에서 색다른 감동을 체험하시기 바란다.